[사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망설일 이유 없다

입력 2019-04-09 04:03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소방관의 오랜 숙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강원지역 산불에 훌륭히 대처한 이들에게 국민은 그렇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매우 멋진 일이다. 인재(人災) 공화국이라 불리는 나라에 살면서 늘 불안했던 안전 시스템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했다. 재난 상황에서 나의 안전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지려는 누군가가 있으며 그들이 그것을 대단히 잘 해낸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이 경험은 국가의 기능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찬성하는 여론에는 ‘소방청을 독립시켜 시스템을 바꿨더니 훨씬 좋아졌더라. 그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자는 데 망설일 이유가 무엇이냐’는 인식이 담겨 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야 할 까닭은 충분하다.

5만명이 넘는 소방공무원의 98.7%는 각 시·도 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그 인력과 장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좌우된다. 서울은 부족한 인력이 필요 인력의 6% 정도에 그치지만 강원도는 46%, 충남·충북은 거의 50%가 부족하다. 진화 작업용 장갑을 소방관이 자비로 구입해 써야 하는 지역도 있다. 강원 산불을 끈 뒤 정문호 소방청장은 “천릿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준 전국 시·도와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소방청이 독립하면서 대응력이 높아졌지만 지방직 칸막이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국가직 전환은 소방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체계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선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4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 발의됐는데 2년 넘게 계류돼 있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위 소위에 상정됐고 이견도 크지 않았지만 여야 정쟁의 와중에 통과되지 못했다.

소방관 신분을 바꿔주라는 여론은 국회를 향해 일 좀 하라고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지난 1~3월 국회는 역시 정쟁에 공전하느라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고, 4월 국회도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여야 모두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