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스페인 차관급 회담이 열린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사진)를 세워놓은 책임을 물어 담당 과장을 보직 해임했다. 최근 잦은 실수로 근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취한 조치지만 실무자 문책에 그쳐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8일자로 해당 과장을 보직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7일 공지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앞서 있었던 각종 의전 실수들에 대해서도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에 주름진 태극기를 걸어 ‘외교 결례’ ‘기강 해이’ 비판을 받았다. 통상 행사 전날 태극기를 점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행사 직전에야 태극기 상태를 확인해 다른 것으로 교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감사관실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른 외교적 실수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북유럽 ‘발틱’ 3국을 유럽 동남쪽에 있는 ‘발칸’ 국가로 잘못 쓴 영문 보도자료를 냈다가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그보다 앞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써 논란이 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 공식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기재했다. 이때부터 복무 기강 해이 지적이 일었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을 당부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