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잿더미… 산불방재시스템 근본적 개선 필요

입력 2019-04-08 04:0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강원도 동해안 산불 수습·복구대책에 대해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 4~6일 강원도 속초와 고성 등을 쓸고 지나간 산불을 계기로 소방방재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타 없어진 숲의 복구는 미래 세대에 큰 짐으로 남을 전망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당국의 이번 대응을 칭찬하면서도 시스템상 문제는 여전하다고 7일 지적했다. 정부 조직상 ‘산불’이 났을 때 1차 대응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부서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산림청이 맡고 있다. 소방청은 ‘도심 화재’만 1차로 담당한다. 2005년 강원도 양양 화재 때는 산림청과 소방당국, 지자체의 판단이 엇갈려 산불 확산을 막지 못했다.

소방인력 관리 책임이 지자체에 있어 상황이 여러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할 시 혼란이 일 여지도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만일 동시에 경기도에서 화재가 났다면 이미 지원 나간 소방인력을 되돌릴 수도 없거니와 소방청이 피해를 책임질 수도 없었다”며 “체제 일원화가 어렵다면 의사결정자들을 모아 집중 훈련이라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불 진압 전문 조직이 따로 편성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아직까지 산불을 통제하거나 제압할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외국처럼 트랙터와 불도저를 동원해 불이 난 숲 주변을 정리하는 한편 날아다니는 불씨 진압에 초점을 맞추는 등 더 전문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구도 과제다. 일반적으로 산불이 나면 지표면 30㎝ 아래까지 타들어간다. 화재 지역은 동·식물은 물론 토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균까지 사라져 ‘죽은 땅’이 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996년 고성 산불 등 피해 복원지를 20년간 관찰한 결과 복구까지 경관·식생 20년, 야생동물 35년, 토양은 100년 이상 필요했다.

강원도 고성 현장을 지난 6일 방문한 김경남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산불이 난 뒤에는 유기물이 재로 남아 알칼리 성분을 산성화된 땅에 공급해야 동·식물이 돌아올 수 있다”면서 “이번 화재 현장은 그런 역할을 해줄 재까지 강풍에 다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이번 주부터 피해조사를 하고 복구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조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