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킬러콘텐츠 없는 이통 3사, 가입자 유치 ‘진흙탕 싸움’만…

입력 2019-04-08 04:02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 초기 가입자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모델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을 홍보하고 있다(위쪽 사진). KT 직원이 대리점을 찾은 고객에게 5G 요금제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가운데). LG유플러스 모델들이 매장에 설치된 5G 체험존을 이용하고 있다. 각사 제공

한국 이동통신업계가 ‘세계 최초 5G’ 과속 부작용을 앓고 있다. 5G 킬러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이통 3사는 서비스 대신 마케팅 총공세를 펼치며 진흙탕 싸움에 돌입했다. 5G 가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업셀링’(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마케팅)과 ‘미완성 5G 서비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5G 스마트폰 개통에 들어간 5일부터 5G 가입자를 유치한 판매점주들에게 기존 판매장려금에 추가 지원금을 얹어 지급했다.

LG유플러스는 5~8일 전 판매점 직원 최대 2명에게 27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KT도 5∼6일 갤럭시S10 5G 개통 판매점에 기존 장려금에 웃돈 10만원을 추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이 특정 판매점에서 더 저렴한 조건으로 5G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게 돼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을 앞세운 물량 공세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5일 공시지원금으로 애초 예정보다 많은 최대 47만5000원을 책정하자 SK텔레콤이 곧바로 기존 공시지원금을 54만6000원까지 올렸다. 현행 단통법은 공시지원금을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당일 공시지원금을 인상한 SK텔레콤은 단통법 위반 과태료를 물게 될 예정이다. KT는 아직 20만원대 공시지원금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향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통사 마케팅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집단상가에서는 지난 주말 공시지원금 외에 40만원 수준의 불법 보조금까지 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장 마케팅’ 논란도 일고 있다. KT는 8만∼13만원대 5G 요금제 3종을 출시하며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사실상 데이터 사용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연속 일 53GB를 초과 사용하면 최대 1Mbps(초당 메가비트)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한다.

‘동영상’이라는 확실한 고유 킬러콘텐츠가 있었던 4G(LTE) 상용화 당시와 달리 5G는 킬러콘텐츠 없이 조기에 상용화되면서 혜택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통사들은 최저 요금제를 7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낮추고, 처음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LTE 중고가 요금제와 흡사한 5G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초기 5G는 성능 면에서 LTE와 큰 차이가 없다. 현재 구현할 수 있는 5G 최고 속도는 아직 LTE의 두 배 수준인 2Gbps(초당 기가비트)에 그친다. 5G 서비스 제공 범위도 대도시 중에서도 극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5G 스마트폰 가격도 130만~150만대로 책정돼 있다. 5G와 LTE의 속도 차이를 체감하기는 더욱 어렵다. 5G용 콘텐츠로 꼽히는 초고화질 영상이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는 LTE와 와이파이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구동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