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과 동해안 4개 시 군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진화작업이 사흘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인제, 속초 고성, 강릉 동해 등 5개 시·군의 산림 530㏊가 잿더미로 변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주택 530채, 임야 약 530㏊, 공공시설 72곳이 불탔다고 7일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이 외에도 창고 173동, 비닐하우스 59동, 근린생활시설 53채, 농업시설 93채, 축사 61동, 관람시설 168개, 캠핑리조트 46곳, 가축 4만1518마리 등이 소실됐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다. 이재민은 고성 432명, 속초 150명 등 총 650명으로 현재 19곳의 임시거주시설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연수원 등을 이재민 임시 숙소로 추가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불 진화에는 산림청과 소방청, 경찰청, 군부대, 지자체 등이 총동원됐다. 강원도에 따르면 진화 인력은 이날까지 누적집계(누계) 기준 4만986명이 투입됐다. 헬기와 진화차, 소방차 등 장비도 누계 2886대가 현장에 동원됐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중대본회의를 열고 “이제는 피해 지역 주민 지원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이재민이 원하는 주거 지원 유형 수요를 확인하고 조립주택 설치 등을 위한 용지 확보, 기반시설 설치, 인허가 처리 등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6일 강릉·동해 산불의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주택 인근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합동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청, 산림청 등 관계기관 2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주택 뒤편 야산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를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이 평소 주민이 기도를 드리는 신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전기 시설이나 가연성 물질 등 발화 원인이 될 만한 요인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고성 산불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을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 개폐기로 추정하고 있다. 개폐기는 전신주에 달린 일종의 전기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한다. 경찰은 개폐기와 전선 등 부속물을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한전의 전신주 관리 소홀이 있었는지와 강풍으로 인해 구조물이 전신주로 날아와 불이 났는지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인제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남면 남전리 인근에서 실화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속초=서승진 기자, 김남중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