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강남권 부동산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잠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근 소폭 반등하면서 오랜 거래절벽에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7일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낮아 20주 연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0.27%), 서대문(-0.21%), 강동(-0.12%), 광진(-0.12%) 등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까지 크게 올랐던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급매물이 소진된 송파구는 0.05% 상승하며 홀로 반등했다. 잠실동 잠실엘스,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등이 500만~2500만원가량 매매가 상승을 보였다. 재건축에 이어 일반 대단지 아파트도 급매물이 소진되는 가운데 일부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잠실 등 송파구를 중심으로 한 반등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서서히 감지돼 왔다. 특히 재건축 대상인 잠실주공 5단지에서 10여건의 급매물 거래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반등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힘입어 20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0.05% 상승하며 깜짝 반등을 기록했다.
한동안 ‘하향안정세’가 이어졌던 서울 전세시장도 강남권과 도심을 중심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말아올리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가 마무리되고,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어난 송파(0.16%) 지역 대단지 전세값이 500만~3500만원의 인상폭을 보이며 반등을 주도했다. 중구, 광진, 성동, 중랑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확실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0.03%의 변동률을 보이며 연초에 비해 하락세 확대가 잦아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잠실 신축·재건축 단지의 거래 동향은 침체된 매수심리를 자극해 시장 반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트리거(방아쇠)’ 중 하나”라며 송파 지역 반등세의 지속 여부를 주택시장 반전의 관건으로 지목했다.
다만 강화된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차갑게 식은 투자심리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초와 같은 집값 급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잠실주공 5단지 역시 이달 들어 추격매수가 거의 없는 데다 인근 강남구, 서초구 재건축 단지 역시 미미한 가격변동에 그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투자수요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