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강원지역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하루 만에 진화됐고 인명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천운’이나 ‘기적’이란 말까지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전국에서 신속히 결집한 소방력이 조기 진화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적인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대한 반응이다. 청원 이틀 만인 8일 현재 동의를 표시한 인원이 17만명을 넘어섰다.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오랜 염원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국회의 벽에 막혀 있다.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5만명이 넘는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지방직의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인력과 장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도 확보하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거나 장비가 부실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주로 인력 확충이나 장비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강원 산불은 전국적이고 즉각적인 화재 대응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국가직 전환에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 전국 소방력의 신속한 결집은 강원 산불을 조기 진압한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에서 800대가 넘는 소방차와 3200여 명의 소방관이 달려왔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해서는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할 수 있게 비상출동 시스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국가직 전환이 되면 이 같은 전국 소방본부의 공조가 훨씬 빠르고 수월해진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필요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4가지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올 하반기부터 국가직 전환을 시행하려던 소방청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재정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대통령 공약이나 정부의 약속을 넘어서는 국민의 요청”이라며 “4월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