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량에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하는 첨단장비가 장착될 전망이다. 입김이나 피부 접촉만으로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규정 수치를 넘으면 시동을 걸지 못하게 막아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하는 장치다. 이르면 내년 안에 트럭과 버스, 택시, 렌터카 등 상용차량을 위한 제품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교통안전을 위한 자동차업체 연합(ACTS)’ 대표 로버트 스트라스버거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운전자의 입김을 기반으로 한 운전자 알코올 감지시스템(DADSS)을 내년 말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이 장비는 법인차량과 딜러 옵션 등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ACTS는 미국 자동차 업체가 공동설립한 비영리단체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함께 DADSS를 개발해 왔다.
DADSS는 운전자의 입김을 적외선 센서로 분석해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한다. 따로 입김을 불어넣을 필요 없이 운전대에 붙은 장비가 스스로 운전자의 날숨을 감지한다. 아울러 연구진은 터치 센서를 이용한 감지장치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가 시동 버튼이나 운전대에 손을 대면 적외선이 피부를 투과해 모세혈관을 비춰 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08%를 넘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10대 운전자를 둔 부모를 위해 알코올농도가 법적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운전을 막는 ‘무관용’ 기능도 있다. DADSS 기술은 알코올 외에도 대마초 사용 여부를 감지하는데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이 장치는 사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음주운전 전과가 없는 운전자에게까지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장치가 장착된 차량으로 시동을 걸려면 운전자는 빨대에 오랫동안 대량의 공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정확도도 높지 않은 편이어서 장치 작동에 숙련된 운전자라도 실패율이 30%에 달한다. 사실상 성범죄자 대상 전자발찌와 같은 징벌적 조치나 다름없다.
DADSS가 실용화되면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의무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편의성과 신뢰성이다. 측정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오작동이 잦을 경우 운전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0.3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측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확도 향상을 위해 인종과 성별, 건강 상태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한 시험도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주 교통국은 지난해 민간업체와 손을 잡고 DADSS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