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속초 산불 진화 대응은 14년 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와 비교할 때 19시간이나 완진 시간을 단축했다. 파견된 소방 인력과 차량도 5배나 늘었다. 2017년 소방청 개청 이후 국가 단위 대형재난 대응 훈련이 성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은 발생 기간이 4월 4~6일로 이번 강원 고성·속초 산불과 같았다. 양양 화재는 973㏊의 면적을 태우고 394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32시간 만에 꺼졌다. 화재 당시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32m로 관측됐다. 정부는 화재 진압 다음 날인 7일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화재의 경우 피해 면적은 고성·속초 250㏊, 강릉·동해 250㏊, 인제 30㏊로 총 530㏊였다.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26.5m였다. 완진에는 13시간이 걸렸고, 화재 진압 당일인 6일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완진 시간이 20시간 가까이 줄어든 것은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여기에는 압도적인 인력과 차량 투입이 뒷받침됐다. 양양 화재 당시 소방차 163대와 60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차 96대와 소방관 287명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엔 소방차 872대와 소방관 3251명(타 지자체 지원 820대, 2598명) 등 5배가 넘는 차량과 인력이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 헬기도 양양 화재(54대)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110여대가 급파됐다.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체제를 정립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소방청은 화재 시 단계적으로 상향시키는 화재 대응 방침을 폐기했다. 대신 최고 수위로 우선 대응한 뒤 단계적으로 대비 태세를 하향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 5일 새벽 전국 소방차들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줄지어 달린 모습도 이런 최고수위 대응 지침에 따른 것이다.
소방청은 4일 오후 9시44분 화재 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을 내렸다. 4일 밤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 상황판단회의(오후 8시30분, 오후 11시30분),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가동(0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 주재(0시25분), 중대본부장 현장 브리핑(오전 3시), 국가재난사태 선포(오전 9시), 중앙수습지원단 운영(오후 5시), 6일 5개 시·군 특별재난지역선포(오후 12시33분) 순으로 정부 대처가 기민하게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긴급복지지원 상담소를 설치하는 등 범부처 차원의 대응책도 이어졌다. 각 부처는 산하 공공기관 연수시설을 이재민 보호소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도 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강원도 산불에 국민들께서 한마음으로 함께해주셨다. 정부도 더욱 분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