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챔피언이 단 한 시즌 만에 나락으로 떨어질까. 지난해 구단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108승)하고 가을야구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우승을 따낸 보스턴 레드삭스가 올 시즌 초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보스턴은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4대 5로 패했다. 3연패를 당한 보스턴은 시즌 2승 8패로 아메리칸리그(AL) 전체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승 8패는 2011년에 기록한 구단 개막 10경기 최저 승률과 동률이다. 디펜딩챔피언의 개막 10경기 기준으로는 1998년 1승 9패에 그친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말린스 이후 2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플로리다는 우승 직후 케빈 브라운, 모이세스 알루 등 주축 선수들을 이적한데 반해 보스턴은 우승 멤버를 거의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보스턴 추락의 원인은 단연 투수진이다. 보스턴은 지난달 29일 개막전에서 12실점하고 패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10경기에서 총 72점을 내줬다. 지난해 보스턴 투수진은 첫 10경기에서 평균 2.8실점하며 9승 1패를 거뒀다. 타선도 지난해 같은 기간(5.6득점)보다 부진(4.5득점)하지만 투수진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믿는 도끼였던 선발진에 발등을 찍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3위(68승), 평균자책점 8위(3.77)를 기록했던 선발진은 올시즌 10경기에서 승리 없이 7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9.13)은 압도적인 메이저리그 최하위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심상치 않았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의 구위가 이전 같지 않다. 게다가 사이영상 수상자들인 릭 포셀로, 데이빗 프라이스에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네이선 이오발디까지 부진하다.
알렉스 코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투수들의 실전 투입을 최소화했다. 그러다보니 투수들의 몸상태가 늦게 올라왔다는 지적도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베테랑들이다 보니 훈련을 각자에게 맡긴 것인데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페이스가 늦게 올라온다”며 “투수들은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타자보다 티가 더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스턴 내부에 선발 유망주가 거의 없다”며 “선발들의 구위는 분명 올라올 거라고 보지만 세일, 프라이스 등이 만약에 부상으로 빠질 경우 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17위(0.703)에 그쳐있지만 J.D 마르티네즈를 핵심으로 한 중심 타선은 여전히 건재하다. 코라 감독은 경기 뒤 “오늘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점점 다듬어가고 있다. 모두 괜찮다”고 말했다. 송 위원도 “보스턴은 저력 있는 팀이다. 지난해 LA 다저스처럼 한번 치고 올라오기 시작하면 보스턴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그 시점이 언제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