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vs 2.4조… 예산 책정부터 삐걱대는 ‘공익형 직불제’

입력 2019-04-08 04:00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공익형 직불제’가 예산 책정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쌀 과잉공급을 막고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며 내건 공약이다. 예산 규모를 놓고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1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조4000억원을 최소로 꼽는다.

이견의 배경에는 서로 다른 셈법이 있다. 기재부는 최근 예산 평균치를 잣대로 삼았다. 소규모 농가에 최소 월 10만원을 준다는 목표를 두고 필요한 예산을 추산한 농식품부와 다를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의 열쇠를 쥔 국회는 여야 대치 정국에 발목이 잡혔다. 이견을 좁히지 않은 채 법 개정에 나서면 제도 설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2017년의 연평균 직불제 예산은 1조8643억원이었다. 공익형 직불제의 핵심인 농가 소득지원과 관련이 적은 분야를 제외한 14개 직불제 예산을 망라한 금액이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연간 1조8000억원대 예산이면 새로운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고 본다. 별도의 예산으로 돌릴 필요가 있는 농업재해보험 등을 뺀 나머지 9개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통합할 예정이기 때문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에 지난해 결산을 마무리했는데, 이를 토대로 해도 평균 1조8000억원 정도의 예산이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편 효과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당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존 제도와 달리 소규모 농가에 더 많은 돈을 주도록 설계한다. 대농(大農)이 직불금을 더 받아가는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기준점은 0.5㏊ 이하 소규모 농가 기준으로 월 10만원이다. 경작 규모가 0.5㏊를 초과하는 농가의 소득도 기존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는 가정을 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직불제 개편 전후의 수령액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최소 2조원 이상의 예산이 수반돼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나마도 이 보고서는 14개 직불제 가운데 쌀 고정·변동 직불제, 밭농업 직불제,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4개만 통합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나머지 10개의 직불제 예산은 별개로 봤다. 이를 감안했을 때 최소 2조4000억원은 넘어야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예산을 늘리지 않고 직불제만 개편하면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불제 개편을 둘러싸고 부처 간 의견차가 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여야 대립 구도 속에 현안은 뒤로 밀렸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모두 직불제 예산 증액에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에 이달 안에 쌀 목표가격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