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조나 쌓였는데…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입력 2019-04-08 04:04

‘노후 안전판’으로 불리는 퇴직연금이 190조원까지 쌓였다. 전년 대비 13% 가까이 늘면서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1.01%)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1.9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물가상승률(1.5%)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190조원이라고 7일 밝혔다. 전년(168조4000억원)보다 21조6000억원(12.8%) 증가했다. 퇴직 시 지급받는 급여가 확정된 확정급여형(DB형)이 121조2000억원, 적립금 운용 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형) 및 기업형 개인퇴직연금(IRP)이 49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개인이 추가 금액을 적립해 운용하는 개인형 IRP는 19조2000억원이었다. 운용 방법별로 원리금 보장형(90.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적배당형은 9.7%에 그쳤다.

총비용을 차감한 퇴직연금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01%였다. 전년도 수익률(1.88%)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원리금 보장형은 1.56%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주식·채권 등 투자상품으로 연금을 운용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3.82%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원리금 보장형 위주의 자산운용, 저금리 기조 영향이 크다. 그나마 시장금리 상승세로 수익율이 소폭 올랐다. 실적배당형의 경우 지난해 주식시장 하락세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는 2041.04로 전년 대비 17.28% 떨어졌다. 중장기 수익률만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5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1.88%, 10년은 3.22%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자가 운용 대상의 종류, 비중, 위험도 등을 지정하면 매번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최적의 상품으로 운용 가능토록 하는 등의 개선책도 마련했다.

한편 만 55세 이상이 돼 퇴직급여를 받은 사람을 보면 연금 수령 방식을 선택한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일시금 수령을 택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