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진단 ‘둔화’서 ‘부진’으로 수위 높여

입력 2019-04-07 19:1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경기를 진단하면서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던 것에서 ‘부진’으로 표현을 바꿨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7일 ‘4월 경제 동향’을 발표하면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KDI는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한 달새 경기 판단이 더 나빠진 것이다.

KDI의 ‘경고음’은 계속 세지고 있다. KDI는 지난해 10월까지는 경기가 ‘개선 추세’에 있다고 언급했었다. 지난해 11월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라고 처음 명시했고, 여섯달이 지난 이달 보고서에는 ‘경기 부진’을 꺼내들었다. 경기 판단이 ‘개선→둔화→부진’으로 추락하는 셈이다. KDI는 위험요인으로 대내외 수요 위축을 지목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26.9%나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3월 수출은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로 전년 대비 8.2% 줄었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KDI는 생산 측면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제조업 침체로 광공업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데, 서비스업 생산까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서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대비 증가율 0%를 기록했다.

경기를 둘러싼 시각이 어두워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 판단 지표인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최장(最長) 동반 하락하자 ‘경기 하강’을 선언할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률의 상승과 하강 진폭이 작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선행지수가 최근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9개월 연속 하락하던 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반등에 성공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