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통일 토대 만들 책임… 준비 과정서 세계복음화 역량 축적할 것”

입력 2019-04-08 00:03
한중국제교류재단이 지난 4일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한 ‘복음적 평화통일의 비전’ 긴급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한반도 통일과 사회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오정현 한중국제교류재단 대표회장, 한헌수 전 숭실대 총장. 강민석 선임기자

참석자
·오정현 한중국제교류재단 대표회장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한헌수 전 숭실대 총장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한중국제교류재단(대표회장 오정현 목사)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복음적 평화통일의 비전’을 주제로 지난 4일 긴급 좌담을 열고 한반도 통일과 사회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조망했다. 좌담에는 오정현 한중국제교류재단 대표회장과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한헌수 전 숭실대 총장이 참석했다.

좌담자들은 3·1운동 100주년과 기독교의 연관성, 현대 교회에 맡겨진 독립운동의 정신을 소개했다. 김 부의장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과 대한제국의 지도자는 한반도를 놓고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일제에 국권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3·1운동은 우리 민족에게 복음이 전달되고 40년도 채 안 되던 시기 일어난 민초들의 각성 운동”이라면서 “수천 년간 불교와 유교에 기반을 둬 성장한 나라에서 짧은 시간 토착화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현대사를 이끌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기적이다. 100년 전 신앙의 선조들이 독립의 터전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후손들의 통일 토대를 만들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장도 “3·1 독립선언서에는 ‘새 나라’의 꿈과 비전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신앙적 국가관은 해방 이후 남북 분단 등을 거치면서 충실하게 이루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 민족에게 ‘자만하지 말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라’는 숙제를 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은 통일 준비 과정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감당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일의 과정을 통해 세계복음화의 역량을 축적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회장도 “2010년 베이징대 대학원에서 ‘한국사회 발전과 기독교의 역할’이라는 특강을 했는데, ‘한국사회의 발전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처럼 화교 자본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그때 ‘한국은 그런 자본적 토대가 아닌 신앙 자본, 즉 기독교를 통해 발전했다’는 답을 했다. 이 답은 21세기 한국사회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을 위해 남·남 갈등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회장은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마치고 2003년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은 진영논리와 분노의 일상화가 사회에 매우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었다”면서 “결국 분노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악한 세력은 과거에 집중하지만, 성령은 미래에 집중한다’는 자세로 정신문화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 부의장도 “우리 사회에는 이념 지역 노사 세대 간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통일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갈등의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 통일의 입구도, 출구도 먼저 남·남 갈등 문제부터 푸는 것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전 총장도 “남쪽이 통일에 대한 개념을 통일하지 않으면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 통일부의 진짜 미션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남한의 의견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통일부는 국론을 모으는 데 80% 역량을 투입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20%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북갈등의 축소판은 결국 사회갈등이고 그것의 축소판은 직장 및 가족의 갈등이다. 그리고 결국은 내 안에서 하나님을 향하려는 신성(神性)과 인간적인 지성(知性)의 갈등”이라면서 “세상은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갈등 해결의 방법은 결국 복음을 통한 관계회복에 있다”고 단언했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도 제시됐다. 김 부의장은 “기독교인이 3·1운동, 건국과정,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통일로 가는 대전환의 남북평화, 화해의 시대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은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자주 평화 민주를 기반으로 한 피 흘림 없는 통일, 남북이 함께 가는 번영의 경제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의장은 “이 같은 통일은 결국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면서 “이런 합의를 만들어 가는 데 한국교회가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장은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양립할 수 없고 공산주의 때문에 큰 피해를 입다 보니 진멸시키시는 하나님, 선한 사마리아인의 메시지 속에서 북한에 대한 이중성이 존재했다”면서 “상반된 관점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무엇인지 강단에서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선언서 중 일본을 향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자’는 대목이 나온다”면서 “조선의 자주성을 침탈한 일본을 쫓아내도 모자랄 판에 상대를 품겠다며 건의한 것이다. 통일과 국제문제 해결에는 이런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정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 대표회장은 “남북문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라면서 “남북 간 허물 없는 만남의 감동, 인격적 신뢰가 점점 쌓일 때 피 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문제의 본질은 주님 앞에 우리가 얼마나 의탁하는가에 있다”면서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주님께 남북문제를 의탁할 때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도, 꿈꾸지도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역사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