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넓어진 화면… 폴더블폰, 게임업계 판도 바꿀까

입력 2019-04-07 20:05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를 비롯해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올해 판매에 돌입하면서 게임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거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갤럭시 폴드 제품군의 뒷면. 삼성전자 등 제공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폴더블폰 전용 게임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기기와 플랫폼 변화로 성장해온 게임업계는 폴더블폰의 등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게임 시장은 1990년대 초반 PC 통신, 2000년대 초반 인터넷, 2010년 전후로 스마트폰 시대까지 10년 단위로 플랫폼 변화와 함께 성장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초반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PC 게임 주도권을 쥐며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고 피처폰 시절 전용 게임을 들고 나왔던 컴투스와 게임빌이 급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에는 더 많은 신생 게임사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거듭났다. 캐주얼 장르를 앞세운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업계가 폴더블폰 등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생태계 변화에 따른 신흥 강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폴더블폰은 기존 기기와 플랫폼 대응에 바쁜 대형 게임사보다 새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소규모 신생 게임사들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진영에서 차세대 혁신 기기로 꼽힌다. 디스플레이를 펼치거나 접을 수 있는 게 공통점이다. 접었을 때는 전화와 메시지 기능을 쉽게 이용해야 하고, 펼쳤을 때는 태블릿 PC처럼 큰 화면에서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폴더블폰 전용 게임은 전면적인 콘텐츠 구성 변화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 개편이 요구된다. 기존 스마트폰 기기와는 다른 방법과 내용으로 게임 이용자를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폴더블폰 게임 개발은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형 게임사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7일 “대형 게임사는 내부 개발 프로세스가 복잡해 새 결과물을 빠르게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게임사들은 내부 개발 절차가 간소화돼 있고, 시장 선점으로 돌파구 마련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 폴더블폰 게임 준비에 적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게임사들은 폴더블폰 제조사들과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의 성공 여부가 콘텐츠에 달린 만큼 더 많은 게임 콘텐츠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게임사는 제조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신규 이용자 유입을 노릴 수 있다.

특히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일 때면 특정 게임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고사양 스마트폰 수요층의 중요한 한 축이 게임 이용자들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게임 콘텐츠의 기기 최적화와 협업을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 텐센트 등 거의 모든 글로벌 게임사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 공개 당시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 갤럭시 스킨을 특별 제공하는 등 게임업계와 협력을 적극 강화하는 중이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폴더블폰의 등장으로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가장 혜택을 받는 분야가 될 전망이다. 그간 디스플레이 크기 한계로 간소화해야 했던 공성전, 수성전 등의 콘텐츠를 더욱 방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이용자가 가상의 공간에 동시에 접속해 경쟁을 벌이는 콘텐츠다. 또 MMORPG에서는 자동전투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데 폴더블폰을 쓰면 한 화면에서 다른 작업과 병행할 수 있어 게임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 이용자 중에는 게임과 일상 기능을 분리하기 위해 게임 전용 스마트폰을 별도로 보유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크기의 한계로 모바일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1인칭 총싸움 게임(FPS)에도 기회가 된다.

이밖에 스마트폰 화면을 분할해 한쪽에서는 게임 화면을 제공하고 다른 쪽에는 가상패드를 제공하거나 미니맵, 채팅창 등을 띄우는 방식으로 UI·UX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LG전자의 V50 씽큐 등 듀얼 스크린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으로도 구현 가능해 폴더블폰에 특화된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임사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 쉽지만은 않다고 우려한다. 폴더블폰을 접었다 펼 때마다 변하는 해상도와 화면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발열에 따른 배터리 문제도 게임 개발 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접었다 폈다 하는 것 외에는 게임 개발에 있어 어떤 점이 장점일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면서 “폴더블폰의 접히는 부분이 게임의 몰입감을 깰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동시에 여러 화면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특별히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지는 알 수 없다”며 “실제 제품이 그에 맞는 게임을 내놓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나 팔려나갈지 모르는 신규 형태의 스마트폰에 맞춰 시간·인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점도 게임사들에겐 부담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