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울타리를 무너뜨리는 등 과격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33명을 경찰이 모두 석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추진해 노동계로부터 ‘반(反)노동 정권’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현 정부가 대의원회의를 앞둔 민주노총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석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국회 울타리 파손 등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연행된 김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25명을 4일 0시5분 기준 모두 석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를 참관하겠다며 국회 안으로 진입하려다 연행돼 7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앞서 2일 국회 본관 안으로 들어가려다 연행된 8명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3일 김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명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에 항의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울타리가 무너져내렸다. 경찰관과 의경 등 6명이 국회 저지과정에서 조합원과 충돌해 다쳤다. 시위로 국회 울타리가 무너진 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5월에도 조합원 12명이 국회 역사상 처음 담장을 넘어 내부로 직접 진입을 시도했지만 당시에는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았다.
경찰의 조치가 정치적 판단을 고려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주의 우려는 늘 있어왔고 증거인멸도 할 수 있으니 사실 충분히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적 판단이 고려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현 정권과의 관계도 경찰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을 특별히 봐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등포서는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고 증거자료가 충분해 석방했다”면서 “최근 민주노총의 집회 중 불법행위에 반복 가담하거나 주도한 자들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수사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선처 여부와 관계없이 강경투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경사노위 참여 논의 자체가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오히려 대정부 투쟁에 힘을 집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통과된 특별결의문은 ‘최저임금제 개악을 막아내기 위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월 총력투쟁을 즉각 조직할 것’ ‘정부와 국회가 경총의 교섭권·파업권 개악 요구로 공식 입법논의에 돌입할 경우 총파업을 전개할 것’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해 전조직적 투쟁을 전개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회장 앞에서는 ‘경사노위 참여 재론이 아니라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배포됐다. 이 성명서는 “문재인정부는 경사노위 합의를 명분으로 노동개악을 정당화하며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재론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김 위원장도 대회 중 “투쟁에 온 노력을 집중하고 하반기에 투쟁과 교섭을 이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고양=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