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자택·윤중천 별장 압수수색… 진실의 문 찾을까

입력 2019-04-05 04:03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4일 성범죄 장소로 지목된 ‘강원도 원주 별장’과 김 전 차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사흘 만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수사단은 이날 오전부터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소유했던 원주 별장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김 전 차관 자택, 김 전 차관과 윤씨 사무실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업무수첩 등을 확보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서 직접 휴대전화도 제출받았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산하 디지털포렌식센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지만 혐의와 관련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포렌식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압수수색은 오후 4시30분쯤 종료됐다.

당초 수사단이 이번 주는 기록 검토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조사단이 수사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일부 범죄 단서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뇌물수수 혐의는 그간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앞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은 윤씨를 수차례 소환해 조사하며 뇌물을 건넨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해 5일 정도 기록을 살펴봤다”며 “뇌물수수와 관련된 단서를 잡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신속히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단이 4일 김 전 차관 자택과 경찰청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검찰 수사단이 압수수색을 벌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관 입구. 뉴시스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이 2005~2012년 윤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수사 권고했다. 뇌물수수가 2007~2008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신속하게 관련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요 증거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된다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 2014년 특수강간 등 혐의로 두 차례 검경의 수사를 받았지만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당시 검찰 수사팀 소속 관계자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영장을 청구해도 기각될 것이라고 봤다”며 “공여자로 지목된 윤씨가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아 뇌물수수 혐의로도 강제 수사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2013년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는 걸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지만 공소시효, 윤씨의 진술 거부 등을 이유로 이를 더 파고들지 못했다. 이같은 이유로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단은 압수물을 분석해 뇌물을 주고받은 단서가 나오는 대로 윤씨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윤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완료된 상태다. 수사단은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한 ‘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변호사(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