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과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 여당의 선거전 연전연승 기록이 4·3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멈췄다.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잣대가 “박근혜정부보다는 낫다”는 상대평가에서 경제와 개혁, 민생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절대평가로 바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 관계 교착,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여권이 이번 선거 결과를 준엄하게 받아들여 국정 쇄신에 더욱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4일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선거가 치러진 부산 경남(PK) 의원들의 평가는 더 엄중했다. 민홍철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겼으나 졌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PK의 한 의원은 “통영·고성에서 득표율 40%는 나올 줄 알았는데 아쉬운 결과다. 당 차원에서 통영 경제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어느 정부나 3년차에는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서 큰 실망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4·3 보궐선거의 공식 스코어는 범여권과 야당의 1승 1패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당의 완패라는 평가가 당내에서조차 나온다.
PK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지역이다.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창원시장 통영시장 고성군수도 모두 민주당이 당선됐다. 여당이 전통적 텃밭인 호남뿐만 아니라 PK에서 승리하면서 ‘전국정당’의 꿈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불과 1년이 되기 전에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통영 고성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35.9% 득표에 그치며 참패했다. 창원 성산에서도 민주당은 정의당 여영국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를 하며 후보를 내지 못했다. 단일 후보도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504표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다.
기초의원 선거 세 곳에서도 민주당은 두 곳에 후보를 냈지만 전패했다. 특히 전북 전주에서 민주평화당 최명철 후보(43.6%)가 민주당 김영우 후보(30.1%)를 꺾는 파란이 일었다. 지난주 갤럽 조사 결과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68%, 민주평화당 지지는 2%였지만 밑바닥 민심은 여당에 무섭게 회초리를 든 것이다.
청와대는 보궐선거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고향인 PK에서 민심 이반을 목도하면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꿈도 경고 카드를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국정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오는 8일까지 내각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경제행보 강화, 인사검증 시스템 보완 등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도 모색 중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재인정부를 박근혜정부와 비교해 상대평가하는 ‘기저효과’는 이미 효력을 다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인사 난맥, 경제 문제 등으로 정부 여당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국정 쇄신에 적극 나설 때”라고 말했다.
임성수 강준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