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실질적으론 이겼다”… 황교안 체제로 급속 재편될 듯

입력 2019-04-05 04:01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대표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미경 최고위원. 황 대표는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자유한국당은 의석 1석 증가(114석)에 그쳤지만, 내부적으로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이긴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많다. ‘진보의 성지’로 불렸던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펼친 데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으면서 보수 재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취임 한 달 만에 처음 지휘한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황교안 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4일 보궐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단 한 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2주 가까이 창원에서 지내면서 만난 많은 분이 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한국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면서 “버릴 것은 하루속히 과감히 버리고 당을 더욱 가열차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 첫 시험대인 보궐선거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서 당 장악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 대표는 선거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과거 잘못과는 더욱 단호하게 절연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당이 황 대표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의 첫 혁신 시험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받은 의원들의 징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못 고쳤는데, 이제는 당의 내놓음이 필요하다”며 해당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징계 논의에 나설 윤리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김영종 윤리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빠른 시간 안에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먹혔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한국당의 대여투쟁 기조도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선거를 치르면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제 등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폭정에 맞서려면 확실한 대안을 갖고 싸워야 한다. 한국당이 민생정당, 대안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의 전날 무력시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민주노총 공화국으로 바뀐 것 같다. 민주노총 스스로 ‘촛불의 대주주’라는 맹신에 빠져 국정농단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창원 성산 선거에서 한국당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한 정의당에 근소한 차이로 패한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이나 범보수 선거연대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의원의 표 차이는 504표로, 대한애국당(838표)이나 바른미래당(3334표) 득표보다 적었다. 황 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 갑자기 통합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라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인 보수통합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앙금 해소 등 난제가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