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 참사 자료 요청하니, “정보공개 청구하라”는 경찰

입력 2019-04-04 19:00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했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일 옛 사고현장 터는 주상복합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이 경찰의 비협조로 여전히 ‘용산참사 사건’ 관련 기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사단 측 자료 요청에 묵묵부답이다가 최근 “정보공개 청구하라”고 답했다.

4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조사단은 지난해 9월과 지난 2, 3월 세 차례에 걸쳐 경찰에 공문을 보내 용산참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결국 협조를 얻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사실상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서 용산참사 진상규명이 암초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단은 지난달 18일 경찰에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세 번째 정식 요청했다. 같은 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용산참사 사건의 조사기한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지시한 날이기도 했다.

조사단이 요청한 자료는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 병력 투입 계획,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고 관련 조치 및 향후 대응 문건, 당시 현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제대장 신모씨와 서울청 경비2계장 홍모씨의 경찰 진술조서 등 9건이다. 조사단 측은 사건 당시 경찰 지휘부가 무리한 진압작전을 강행한 배경, 진압 도중 인권침해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려면 이 자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그러나 조사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해왔다고 한다. 과거사위 활동이 연장되기 전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다가 조사기한이 5월 말로 늘어나자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는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한 조사단 관계자는 “사실상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해 9월 27일, 지난 2월 19일에도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용산참사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공식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조사단 측은 지난달 초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에 별도로 정보공개 청구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정보 부존재’라고 답했고, 경찰청은 아직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다.

조사단은 용산참사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제기된 사망자 부검 과정의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2월 말 자료 요청을 했지만 최근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사망자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며 부검을 강행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그동안 경찰이 증거 훼손을 위해 부검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구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