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생태계가 급속도로 양극화되고 있다. 가성비로 설명되는 최저가 시장과 명품으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시장의 양극화는 점차 뚜렷해지고 간극도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하향세를 겪고 있는 백화점업계는 ‘프리미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가전, 가구, 생활용품, 인테리어 용품을 품은 리빙 부문과 남성 럭셔리 부문 공략은 백화점의 기본 생존 전략이 됐다.
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프리미엄 공략은 명품관 강화, 남성 럭셔리 특화, 리빙 다양화로 요약된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등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공략은 대체로 성공적이다. 서울 강남 인근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1조8500여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브랜드가 찾는 백화점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강남점 1층 중앙 광장은 지난해부터 루이비통, 샤넬, 디올,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명품관 강화는 남성 럭셔리 특화와도 연결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본점에 국내 지역 백화점으로는 처음 지난달 29일 루이비통 남성 전문관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에 남성 편집숍을 두 곳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본점과 강남점에 구찌 맨즈와 디올 옴므 등 남성 명품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은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의 남성 매장을 따로 열었다.
리빙 부문 다양화도 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가구 업체 리바트와 까사미아를 인수해 유통뿐 아니라 제조까지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영국의 대형 생활용품 브랜드 더콘란샵을 유치해 리빙 부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리빙관을 리뉴얼해 공간을 확대했다. 가전, 가구, 인테리어 소품, 취미 용품 등 다양한 상품이 백화점에 등장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제 정착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풍토가 백화점 상품 전략도 바꾸고 있다”며 “가성비 좋은 옷을 입는 대신 집을 꾸미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는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