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미·중 무역협상

입력 2019-04-05 04:02
중국 베이징 국빈관에서 3월 29일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전 류허 중국 부총리(가운데)가 웃으면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미·중 무역협상이 급진전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기로 했고, 중국이 무역 합의사항을 2025년까지 이행키로 하는 등의 잠정 합의안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무역 합의를 도출하고 동시에 기존 보복 관세를 내리는 식의 대타협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류 부총리를 만난다고 3일 밝혔다. 류 부총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과 3~4일 무역협상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국 측 협상대표단과 면담하기로 함에 따라 양측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의 잠정 합의안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강제성 있는 무역 합의사항을 2025년까지 이행키로 하는 등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두와 에너지 제품 등 미국산 상품 구매를 확대해 무역 흑자를 약속한 만큼 낮추고, 중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100% 지분을 소유한 독자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사항을 2025년까지 이행하기로 했다.

중국이 약속을 어길 경우 미국은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둔다는 데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강제 이행 장치가 없는 약속은 2029년까지 이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무역 합의 이행을 강제할 장치의 세부사항, 미국이 이미 부과한 2500억 달러 관세 철회 여부를 놓고 막판 절충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타결 즉시 모든 관세를 철회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관세 일부는 존치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양측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할 경우 이르면 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잘되고 있다. 나는 이번 주 내에 타결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재산권 절도와 사이버 해킹, 기술 이전 강요 등에 대해 중국이 처음으로 인정해 협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허 부총리도 협상을 위해 USTR 청사에 도착한 뒤 활짝 웃으며 양팔을 뻗어 흔드는 등 평소와 달리 밝은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협상 분위기를 반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계부처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한 위조상품 유통을 단속할 것을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문제는 온라인 마켓들이 위조상품 불법거래에 무책임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과 이베이, 알리바바 등 미·중 대형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위조상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대통령령 지지 성명을 내고 “위조상품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