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체포된 곤 전회장… 日검찰 “자금유용 추가 혐의”

입력 2019-04-04 19:13 수정 2019-04-04 23:12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3일 저녁 일본 도쿄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곤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6시쯤 자택에서 검찰에 다시 체포됐다. AP뉴시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체포됐다. 곤 전 회장은 바로 전날 “진실을 말하겠다”고 밝히며 기자회견을 예고한 바 있어 일본 검찰이 그를 체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4일 곤 전 회장이 오만의 닛산 대리점에 지원된 회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특별 배임)로 그를 체포했다. 검찰은 오전 6시쯤 도쿄에 있는 곤 전 회장의 거주지를 찾아가 임의동행을 요구한 뒤 체포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6일 보석금 10억엔(약 100억원)을 내고 석방됐으나,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체포된 것이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다시 체포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네 번째 체포다.

곤 전 회장은 최근 7년간 오만의 판매대리점에 지원 명목으로 지출된 닛산 자금 중 38억엔(약 380억원)을 그의 자녀가 경영하는 투자회사로 빼돌리거나 개인 요트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리점은 곤 전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곤 전 회장이 재체포된 시점이다. 그는 전날 새로 개설한 트위터 계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일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일본 검찰은 곤 전 회장이 트윗을 게시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그를 다시 체포했다. 그동안 곤 전 회장은 자신은 무죄라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의 재체포 배경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곤 전 회장은 체포된 뒤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의 행보는 독단적이고 터무니없다”며 “닛산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입막음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옥에 갇혀 있던 108일 동안 공정한 재판을 간절히 원했다”며 “다음 주 기자회견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다시 체포되면서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산은 논평을 거부했다.

곤 전 회장의 체포 및 기소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곤의 몰락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며 “곤이 폭군처럼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과 그가 르노와 닛산 알력 다툼의 희생양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서로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이 르노와 닛산 합병을 추진하다가 이를 반대하던 닛산 이사회에 의해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가 “르노와의 합병을 막기 위해 곤 전 회장에게 불리한 증거를 모아 당국에 넘겼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검찰이 곤 전 회장의 새로운 비리를 파악했다는 시각도 있다. 곤 전 회장을 옹호해오던 르노는 최근 “그의 회사 예비비 사용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해 사법 당국에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곤 전 회장은 다시 체포되기 직전 프랑스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곤은 4일 방영된 프랑스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무죄”라며 “프랑스 국민으로서 나를 방어해주고 내 권리를 지켜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전날 사전 녹화됐다고 TF1은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