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터키·독일 콕 찍어 “미국·러시아 중 택일하라”

입력 2019-04-05 04:03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하면서 최근 러시아와 가까워진 터키와 독일을 겨냥해 미국과 러시아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AP뉴시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립 70주년을 맞아 동맹국들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터키와 독일을 콕 찍어 미국과 러시아 가운데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펜스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S-400 도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키에 이를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창설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터키가 S-400 미사일 도입 계획을 계속 진행한다면 나토 회원국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터키는 선택해야 한다”면서 “터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의 파트너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무모한 결정으로 동맹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인가”라고 수위를 높였다. 펜스 부통령 발언은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부 장관이 “러시아와의 계약은 이미 끝난 거래다.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이후 나왔다.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결정하자 이를 취소할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를 구매하기로 한 상황에서 러시아 무기를 동시에 운영하면 러시아가 미국의 무기체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도 펜스 부통령의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펜스 부통령은 “독일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이 러시아의 침략 위협을 무시하고 자주국방과 공동방위를 무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1년 방위비 지출 규모를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까지 2% 기준을 충족한 회원국은 전체 29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독일은 2017년 기준 GDP의 1.13%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달엔 2023년까지 1.25%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2’ 사업에 대해서도 “독일이 계속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독일 경제는 러시아의 포로가 될 수 있다. 우리 동맹이 러시아에 의존한다면 미국은 서방의 방어를 보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여전히 중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며 미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또 러시아에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준수할 것도 촉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