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립 70주년을 맞아 동맹국들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터키와 독일을 콕 찍어 미국과 러시아 가운데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펜스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S-400 도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키에 이를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창설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터키가 S-400 미사일 도입 계획을 계속 진행한다면 나토 회원국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터키는 선택해야 한다”면서 “터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의 파트너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무모한 결정으로 동맹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인가”라고 수위를 높였다. 펜스 부통령 발언은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부 장관이 “러시아와의 계약은 이미 끝난 거래다.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이후 나왔다.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결정하자 이를 취소할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를 구매하기로 한 상황에서 러시아 무기를 동시에 운영하면 러시아가 미국의 무기체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도 펜스 부통령의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펜스 부통령은 “독일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이 러시아의 침략 위협을 무시하고 자주국방과 공동방위를 무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1년 방위비 지출 규모를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까지 2% 기준을 충족한 회원국은 전체 29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독일은 2017년 기준 GDP의 1.13%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달엔 2023년까지 1.25%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2’ 사업에 대해서도 “독일이 계속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독일 경제는 러시아의 포로가 될 수 있다. 우리 동맹이 러시아에 의존한다면 미국은 서방의 방어를 보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여전히 중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며 미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또 러시아에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준수할 것도 촉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