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분위기가 주춤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하던 대북교류사업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남북 관계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대북교류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4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오는 7일 열리는 ‘2019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북한 선수를 출전시키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는 지난해 말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통해 북한 마라톤 선수단 초청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 앞서 시는 북한의 간판 마라토너인 쌍둥이 자매 김혜성·혜경(25) 선수 등을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시켜 대회 인지도를 높이고 남북 교류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했었다. 시가 연내 추진을 목표로 했던 프로축구 대구FC와 북한 평양축구단 교류도 불투명해졌다. 대구FC가 중재자를 통해 북측에 의사를 전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가 직접 추진한 것이 아니라 민화협 등을 통해 추진한 사업인데 북한 내부 상황 등으로 성사가 안 됐다”며 “하노이 회담 후 냉랭해진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념물 발굴을 북한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과 개성시 자매결연 등의 대북교류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경남 창원시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창원통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가 함께 추진한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도 무산됐다. 지난 2월 ‘새해맞이 연대모임 금강산 행사’에서 참가 의향서를 체결했지만 이후 방북에 필요한 초청장 등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었다. 창원시는 대북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11월 17일 개최되는 제19회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고 2020년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준비할 계획이다.
강원도가 추진하던 제6회 ‘원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 일정(5월)도 연기됐다. 남북이 합의한 원산 개최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원도는 지난해 8월 대회가 열렸던 평양에서 다시 개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개최 예정이었던 ‘DMZ 평화 마라톤 대회’도 연기됐다. 북측과 합의가 되지 않아 대회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측이 관심을 보였던 황해도 스마트팜 시범농장 설치 사업도 대북 제재로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경기도는 제재가 풀리면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마라톤·축구 등 대북교류 차질… 지자체들 “희망 품고 기다릴 것”
입력 2019-04-0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