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놓고 벌인 한밤의 눈치작전

입력 2019-04-04 19:14
이동통신 3사는 3일 오후 11시 5G 1호 가입자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SK텔레콤은 김연아, 엑소 백현 등 유명인을(위), KT는 주부 이지은씨(가운데), LG유플러스는 방송인 김민영씨 부부(아래)를 각각 5G 1호 가입자로 소개했다. 각사 제공

한국과 미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만큼 5G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 전반에 가져올 파급력이 크고, 초반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긴 3일 오후 11시에 5G 1호 가입자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이통사가 부랴부랴 밤 늦게 움직인 것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11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던 버라이즌은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일부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버라이즌은 보도자료에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도 자국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눈치 작전을 펼친 셈이다. 버라이즌이 11일을 상용화 시작일로 잡자 한국은 5일로 일정을 앞당겼고, 버라이즌이 다시 3일로 변경했다. 그러자 이번엔 우리나라 이통 3사가 이를 알아채고 약 2시간 먼저 서비스를 개통했다. 누가 세계 최초인지 인증할 기준이나 기관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모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나서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기지국 설치 수준, 요금제, 5G 스마트폰 출시 등 필요한 조건을 다 갖추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만큼 진정한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한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버라이즌의 경우 5G 스마트폰이 아닌 4G 스마트폰에 5G 모뎀을 부착해 쓰는 형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과기부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5G 기반의 융합서비스를 시연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또 5G 시장 선도를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인 ‘5G+ 전략’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