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빚어낸 미래 ‘스마트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입력 2019-04-04 20:02
안느마리 마스의 바이오 아트 ‘캐비넷 #004: 미래 연금술’.

인공지능 시대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송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스마트 도시’를 키워드로 이런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2013년부터 연례적으로 추진해온 국가 연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올해는 벨기에가 주역이다. ‘브뤼셀 인 송은: 기술을 넘어 상상의 도시 2.0’이라는 제목으로 벨기에와 한국 작가 12명이 초대됐다.

예술과 기술이 만난 전시장의 풍광은 확실히 달랐다. 이를테면 테이블 위에 벌집 모양, 뼈 구조 모양의 독특한 구조물이 놓여 있고 비커에는 초록색 액체가 뽀글거린다. 마치 연금술사의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안느마리 마스의 바이오 아트 작품이다. 실제로 실험의 결과로 탄생한 작품이다. 작가는 연구자를 자처하며 최근엔 박테리아와 조류를 사용해 바이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술가와 과학자의 경계에 서 있는 작가인 셈이다.

펠릭스 루크 산체스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와 맹신을 재치 있게 조롱한다. 벽면에 영어 문장들이 흘러간다. 남성과 여성의 기계음이 이 문장들을 주고받듯이 읽는다. 그런데 문장들은 스팸메일에서 고른 것으로, 말하자면 인공지능끼리의 멍청한 ‘아무 말 대잔치’인 것이다.

토마스 윌먼의 작품은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 외딴 지역으로 떠나는 영상이다. 디지털 세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자연 그대로의 야생을 탐험하고 마법의 숲에 정착하기도 한다. ‘디지털에서의 원시 체험이 어때서?’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국 작가 박제성은 금박으로 가리개와 기둥처럼 만든 설치물을 내놨다. 왕실에서 쓰는 전통 수공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금박의 기하학적 무늬는 실제로는 그가 매일 아침 명상을 할 때의 홍채 움직임을 3D로 스캔해서 엮어낸 것이다. 최첨단의 기술과 전통적인 매체인 조각을 결합한 작품이다. 염지혜의 영상작품은 20세기 초 파시즘을 낳았던 이탈리아의 미래주의를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미래 열병’을 차분히 돌아볼 것을 권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푸르나씨는 “작가들이 그리는 미래는 낙관에서 비관까지 스펙트럼이 넓지만, 모두가 비판과 비전 제시를 통해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6월 8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