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가 중국에 이은 차기 시장으로 인도와 중남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전문업체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의 주요 이동수단인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전기 오토바이나 초소형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9400만명 규모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에서 운행 중인 내연기관 오토바이는 5100만대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베트남의 오토바이와 스쿠터 시장은 연간 340만대 규모다. 지난해 오토바이 판매량은 338만6097대로 나타났고, 매년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이 시장은 현재 혼다 69%(237만대), 야마하 26%(92만대)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로 시작해 초소형 전기차 업체로 변모하고 있는 캠시스는 ‘2019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을 거점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오토바이 이용률이 높은 현지 특성상 더 안전한 이동수단에 대한 니즈가 있다”며 “환경문제 때문에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 등 혜택도 많다”고 밝혔다. 캠시스는 베트남에 현지법인 ‘캠시스비나’와 연구·개발(R&D)센터가 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전문업체인 엠비아이는 지난해 베트남 ‘DK바이크’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년간 최소 매출 9180억원에 따른 첫 번째 로열티 대금을 지급받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엠비아이 관계자는 4일 “베트남에서 올해 10만대를 판매해 내연기관 오토바이와 스쿠터 시장의 3%를 엠비아이의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스쿠터로 대체할 계획”이라며 “향후 3년간 최소 총 41만대를 판매해 베트남 내연기관 이륜차 시장을 발빠르게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환경오염 때문에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도 국내 업체들의 현지 판매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베트남 자동차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 현대자동차가 현지 대기업인 탄콩그룹과 올 초 판매 합작 법인을 세우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서 국내 업체들이 각각 다른 세그먼트에서 베트남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며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 황금어장’으로 손꼽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차세대 전기차 허브로도 손꼽하는 지역이어서 최근 몇 년간 모빌리티 업계가 주목해 왔다. 현지에서 전기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면서 베트남 완성차업체인 빈패스트는 올해 안으로 전기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29일엔 하노이 과학기술대에서 제1회 베트남 전기차(EV)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