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은 4일(한국시간)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들여 건설한 토트넘 홈구장 1호골의 주인공이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43개월 전 같은 장소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일원이 된 손흥민은 새 홈구장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첫 번째 골을 터뜨렸다. 토트넘 소속으로는 지난 2월 14일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이후 49일 만의 득점이자 시즌 17호골(리그 12호골)이다.
특히 이날 골은 기존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을 허물고 지은 새로운 안방에서 나온 첫 번째 골이라 더 값지다. 토트넘은 1899년 9월부터 화이트 하트 레인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다 2017년 5월 마지막 경기 이후 새 구장 건설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웸블리 스타디움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해왔다. 2015년 9월 20일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으로선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역사를 쓴 셈이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이긴다’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이 개막 축포를 터뜨리자 트위터에 손흥민의 세리머니 사진을 올리고 “역사책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는 멘션을 올렸다. BBC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손흥민이 토트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689일 만에 홈구장으로 돌아와 5만9000여 팬 앞에서 경기한 토트넘 역시 역사적인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매우 특별한 순간이자 특별한 밤이다”며 새 홈구장에서의 첫 승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지난 2월 11일 레스터시티 전 승리 이후 이어온 리그 무승의 사슬도 끊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무 4패로 부진을 거듭하며 ‘톱4’ 자리마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승점 64점을 기록해 3위를 유지했다. 아스널과 첼시가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가 톱4 안에 들며 시즌을 마칠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우리 팀 선수들을 포함한 모두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