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듯한데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이 국회에서 헛돌고 있다. 3월 임시국회에 올라왔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야당은 여당이 내놓은 것보다 경영계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된 안을 원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는 노동계 반대가 격렬하다.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면서 저임금 속도조절,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해야 할 정부는 애만 태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3일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개편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전체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5일로 3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처리가 어려워진 셈이다.
고용노동소위에서 여야는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려 기업들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되지는 않았지만 6개월 확대안에 노사가 접점을 찾았던 만큼 국회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당 안이 부족하다고 본다.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더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에서도 여야는 평행선을 그린다. 여당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눠 운영하는 개편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에서 이듬해 최저임금 상한을 정하면 최근 급격했던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4일 “이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2017년 최저임금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이원화하는 안을 만들었고, 당시 노사 이견이 없었던 것”이라며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결정구조 개편과 더불어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에다 노동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소위가 열리던 3일 국회 앞에서 거센 시위를 벌였다. 국회가 두 안건을 처리하면 ‘4월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근로자 건강권 침해, 실질임금 감소를 불러온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역시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인 노사 참여 폭이 축소될 것이라며 반발한다.
공회전을 거듭하자 정부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 지난달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은 끝났다. 기업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숨통을 틔워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당장 경기침체와 고용한파에 대응해 경제활력 제고에 집중하는 정부로서는 경영계 요구를 제쳐두기 어려운 처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은 업계에서 수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회 통과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작업도 급박하다. 당장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간표’는 빡빡하다. 민주당이 발의안에 내년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한시적으로 8월 5일에서 10월 5일로 연장하는 장치를 마련해 뒀지만, 최저임금 인상폭에 따라 예산안 등 각종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4월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