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인사가 백악관·서방에 대북 식량 지원 촉구

입력 2019-04-04 19:37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사진)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정치보다 어린이들의 생명을 앞에 둬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을 미국 백악관과 서방 국가들에 호소했다. 비즐리 총장은 또 “북한 정권이 열악한 실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WFP의 현지조사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비즐리 총장은 미국 공화당 당적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냈다. 2016년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2017년 4월부터 WFP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친트럼프’ 인사인 비즐리 총장의 호소가 대북 식량 지원에 물꼬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제재 기조를 감안할 때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비즐리 총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흉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북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러시아가 밀 5만t을 보내고 있고, 중국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며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비즐리 총장은 “(식량 지원이) 북한 정권을 도울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면서 “그러나 정치 때문에 무고한 어린이들이 고통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 지도부와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완전히 독립적인 북한 현지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가 요청한 모든 자료를 전달했다”면서 “그들은 (WF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 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WFP는 북한이 지난해 홍수와 폭염 피해를 입으면서 올해 쌀 밀 감자 콩 등 14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군부에 돌발행동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의도하지 않은 군부의 행동이 북·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얼마나 합의를 원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전했다.

미국 군사 관료들은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위성·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미 당국의 판단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