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민심이반 심각히 받아들여야

입력 2019-04-05 04:01
4·3 보궐선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5곳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외견상 나타나는 성적표 못지않게 내용도 심각하다. 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친 경남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큰 표차로 참패했다. 24% 포인트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는 물론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도 안 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가 가까스로 이긴 경남 창원 성산도 내용적으로는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이 5석의 군소 정당에 단일후보를 내준 것 자체가 민심을 반영한다. 진보정치 1번지로 꼽히는 창원 성산은 단일화 직후 완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선거 기간 내내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대변인 등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가열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아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이 많던 차였다.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개표율 99.98%까지 한국당 후보에게 1위를 내줬다. 개표 마지막 순간에 0.5% 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 결코 이겼다고 볼 수 없는 선거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전주의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패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민심이반의 원인을 살펴보고 향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가 영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여서 국민 전체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경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다. 이곳에서조차 민심이 싸늘해졌다면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났지만 한국당이 승리했다고 할 수도 없다. 한국당이 잘해서 표를 찍어준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더 싫어서 간 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은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정치에 입문한 황교안 대표도 창원에서 숙식까지 하며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유권자들에게 이렇다 할 감동을 주지 못했다. 결국 여야 어느 쪽도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할 수 없는 선거 결과다. 국민들은 1년 남은 내년 총선까지 지켜볼 것이다. 정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를, 야당이 견제할 것은 하고 협력할 것은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