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평화둘레길(가칭) 개방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개 부처가 DMZ를 평화·안보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전에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 국방부 환경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첫 개방되는 DMZ 평화둘레길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강원도 고성과 철원, 경기도 파주에 각각 DMZ 평화둘레길을 만들어 이달 말 시범 운영한 뒤 6월부터 상설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 2일 언론에 배포했다가 이튿날 정식 발표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DMZ 외부에 만드는 고성을 먼저 개방하고 DMZ 안에 조성하는 철원과 파주는 추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이 일부 감시초소(GP)를 철수했지만 DMZ 안에서 남한 50개, 북한이 150개의 GP를 운용하고 있다. 무장한 남북 군인이 GP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철원과 파주 평화둘레길에서는 관광객이 북한군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된다. 2008년 7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과 안전 문제를 협의하지도 않고 평화둘레길 조성 사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국방부는 DMZ 출입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최종 조율도 끝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와의 협의는 거의 끝났으며 유엔사 내부 의사결정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관광객의 DMZ 출입에 관해 유엔사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다. DMZ 개방과 관련해 환경 문제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DMZ는 국제적 생태보고”라며 “생태계 보전 장치가 전무한 현실에서 DMZ 개방은 생태계 훼손과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의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DMZ를 민간에 개방하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평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속전속결로 평화둘레길 개방 사업을 추진하면 안 된다.
[사설] DMZ 둘레길 사업 졸속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
입력 2019-04-0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