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내가 여기 있느니라

입력 2019-04-05 18:23

하나님의 은혜는 특별한 때로 한정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말씀하시며 은혜를 베푸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 자리에서 “내가 여기 있느니라”(사 52:6)라는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와 계신 하나님을 놓치지 않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8절을 보면 첫 번째 대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수많은 길과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길이 하나님의 길입니다. 그 길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에 답이 있습니다. 말씀엔 주님의 생각과 길이 담겨있습니다. 그 길은 인간의 상상력을 훨씬 넘어섭니다.

본문 55장은 이사야서의 결론입니다. 바벨론에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래를 약속하며 주는 축복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에 의문을 갖습니다. 본문은 이런 이스라엘 백성의 의심 때문에 주신 것입니다. 의심이 왜 생깁니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놀라운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이를 들은 예수님은 큰 칭찬과 놀라운 축복을 베드로에게 허락합니다. 예수께서는 흐뭇해하며 예루살렘에서 당할 수난을 예고합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안 됩니다. 절대로 이런 일이 주님께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하면서 예수께 대들었다.”(마 16:22, 새번역) 베드로가 예수께 왜 대듭니까. 자신의 생각을 앞세웠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책망합니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 16:23, 새번역)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면 주님께 책망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인정치 않는 사람은 말씀 앞에 서면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나님 말씀은 수준이 매우 높아서 결코 그대로 살 수 없다!’ 정말 그럴까요. “오직 그 말씀이 네게 매우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신 30:14)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분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로 7절을 보겠습니다.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여기서 ‘길’은 ‘생활방식’을 말합니다. 성도는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본문은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이 담긴 약속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바벨론의 권력과 그곳에서의 삶을 버리지 못합니다. 거대한 힘 앞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말씀이 미미해 보인 것입니다. 이런 이스라엘을 향해 하나님께서는 그 생각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당할 때의 일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체포하려는 무리를 향해 칼을 빼 들더니 대제사장의 종인 말고의 귀를 벱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가 칼을 품고 다닌다는 것이 낯설지 않으십니까. 이유가 있습니다. 베드로는 열심당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칼을 품고 다녔습니다. 무력으로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 메시아 왕국을 이룰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성서학자들은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여러 명이 열심당원이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품에서 칼을 뽑아든 시점은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부분입니다. 베드로는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살며 복음의 핵심을 들었습니다. 놀라운 기적과 체험도 수없이 했습니다. 그런데도 품의 칼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베드로의 칼은 그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그 칼을 뽑아든 것은 아직 자신의 방식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랐지만 전적으로 주님의 길을 걷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가슴에 품은 칼이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닌지요. 칼의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의 길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르는 길입니다. 그럴 때에야 ‘너희의 영혼이 살리라’고 하신 축복이 우리 현실이 될 것입니다.

이광섭 전농감리교회 목사

◇전농감리교회는 1953년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에 설립된 66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입니다. ‘은총의 숲 전농교회’를 모토로 ‘도심 속 전농마을’ ‘전농교회와 상생하는 농촌마을’ ‘선교지에 세워지는 땅끝 마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광섭 목사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