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이 경남 창원 성산, 자유한국당이 통영·고성에서 승리했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선거가 범여권과 야당의 무승부로 끝나면서 여야의 대결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낙승이 예상되던 창원 성산에서 한국당이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인됐다.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여야 모두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창원 성산 선거에서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만2663표(45.75%)를 얻어 4만2159표(45.21%)를 얻은 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가까스로 꺾었다. 정의당 소속이던 고(故) 노회찬 의원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인 데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정의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강 후보는 개표 초반 10% 포인트 앞서가는 등 비교적 선전하는 모습이었다. 개표 막판 여 후보가 무섭게 따라붙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창원 성산은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경남FC 축구 경기장 선거운동 논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회찬 의원 비하 발언 시비가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미루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표를 갉아먹은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통영·고성에서는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4만7082표(59.46%)를 얻어 2만8490표(35.99%)에 그친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표심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북 전주와 경북 문경에서 열린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각각 평화당과 한국당 후보에게 패했다. 여당이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데에는 최근 장관 후보자 인사 참사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 상가 투자 논란 등 문재인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한국당과 정의당이 각각 1석을 추가하면서 여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개혁 입법과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의당이 1석을 추가해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들 자격을 갖추게 되면서 원내 줄다리기에서 여당이 다소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K(부산·경남) 지역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통영·고성을 지켜냈고, ‘험지’로 불렸던 창원 성산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에서 반등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 여당 입장에서도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에다 국회 인사청문회 악재가 겹쳤지만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임성수 이종선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