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안을 3일 발표했다.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을 보면 비수도권의 경우 그동안 사업 추진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유리한 지역균형발전 비중은 높였다.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없애고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제성 항목은 비중을 높였다. 비수도권이나 수도권 둘다 대체로 사업 추진이 더 쉽도록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사업 등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관련자나 지역 주민들은 사업을 반길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우려가 크다. 선심성 사업이 늘어나 재정이 허투루 쓰이고 난개발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타 제도는 1999년 무분별한 SOC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도입됐다. 총 사업비가 500억원이 넘고 국가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에 한해 경제성, 정책적 측면 등을 두루 평가해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300개 사업(154조원 규모)이 예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제동이 걸린 걸 보면 재정 낭비를 막는 데 이 제도가 상당한 역할을 한 셈이다.
정부가 20년 만에 처음 내놓은 이번 개편안은 예타 제도의 취지에 역행한다. 예타의 문턱을 낮추면 타당성이 약한 대형 사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인아라뱃길, 의정부경전철, 인천국제공항 KTX 등 예타를 통과하고도 수요 예측 실패로 두고두고 짐이 되는 사업들이 부지기수다. 조건을 완화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업의 타당성을 결정짓는 종합평가를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분과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특정 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커질 게 자명하다.
정부는 면제 조항을 활용해 지난 1월 비수도권 23개 사업(24조1000억원 규모)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평가 기준까지 개악했다. 중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을 외면하고 선심성 사업의 길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사설] 예타 문턱 낮춰 선심성 사업 길 열어준 무책임한 정부
입력 2019-04-0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