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공시가격엔 ‘참값’ 없다… 평가자 주관 개입되기 때문”

입력 2019-04-04 04:03

“부동산 공시가격을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현재 조세정책은 각주구검(刻舟求劍·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배에 그 자리를 표시해놓고 나중에 칼을 찾으려 하는 것)과 같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강남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시가격 제도의 근본적 문제(DNA)와 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채 원장은 현행 공시가격 제도를 설계했던 전문가다.

채 원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투명성 논란에 “조세정책 경직성이 근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공시가격은 행정 목적에 따라 가감해 활용하는 게 근본 취지이지만 대부분 조세정책이 공시가격을 ‘불변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증세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제도 결함이 아닌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온 정부 문제라고 꼬집었다. 채 원장은 “조세정책에서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른 가감 기준을 장기간 고정해놨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예를 들어 지방세법은 ‘재산세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에 따라 100분의 50 범위 내로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의 가감 범위는 대도시 5400만원, 중소도시 3400만원, 농촌 2900만원으로 2009년부터 고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가감 기준은 그대로라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원장은 “조세정책을 부동산 가격이나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등에 따른 조세저항 논란도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채 원장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같은 지역 내에서도 들쭉날쭉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부동산 가격에는 주관이 개입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부동산은 불편부당한 ‘참값’이 존재할 수 없다.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이라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 자체는 객관성이 충분히 확보됐지만 산정 주체는 ‘주관을 가진 사람’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주관적 요소’가 무엇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