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원로들이 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 경제 현안과 관련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부작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8명의 경제계 원로를 초청해 2시간 넘게 간담회를 했다.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이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원로들에게 고견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성사됐다.
원로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 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긴 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소득도 증가했지만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전 전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속도조절을 하든지 탄력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은 인권정책”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반적인 경제 원리와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포함해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도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 여건에 맞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추경과 관련해 “국채발행 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추경으로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전 장관은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두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친(親)노동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총재도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는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어야 한다.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한국이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가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배 세대들이 이룬 것이다.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화답했다. 간담회에는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참석했다.
박세환 김용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