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악 저지’를 외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던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등 간부 2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 도중 연행된 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3일 국회 앞에서 ‘국회 환노위원회 전체회의 저지 총력 상경투쟁’을 벌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 논의를 중단시키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집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노동현안을 논의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김 위원장과 유재길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200여명은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를 참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제지하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김 위원장 등 19명이 공동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채증자료를 대조해 경찰 폭행이 확인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도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 연행 등에 대해 “이번 사태는 민주노총의 노동기본권 및 노동법 개악 중단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위원장을 잃은 민주노총 집회는 오후 들어 더욱 격렬해졌다. 오후 2시부터는 조합원들이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에 밧줄을 묶고 수십명이 동시에 잡아당겼다. 해체된 차단벽의 플라스틱이 깨져 인도에 흩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진압 방패를 들고 막는 과정에선 방패를 쟁탈하기 위한 경찰과 조합원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경찰이 조합원이 든 깃발을 잡아당겨 빼앗기도 했다. 조합원 6명은 이 과정에서 경찰에 추가로 연행됐다.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관 5명과 의경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다리에 올라 촬영하던 한 방송사 촬영기자는 조합원들에 의해 끌어내려지다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 불발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개악을 밀어붙일 것이 자명하기에 더욱 거세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coprosper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