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미세먼지 외교를 펼칠 것으로 기대됐던 반기문(사진)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일성은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중국보다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위원장을 수락한 후 중국에 다녀온 반 전 총장은 3일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귀국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리간제 생태환경부 장관 등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29일 중국 하이난섬 보아오에서 열린 국제회의 ‘보아오 포럼’에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이후 31일부터 귀국 전까지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다.
반 전 총장은 “시 주석과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한·중 간 많은 협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은 ‘파란하늘 지키기 운동’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90%에서 51%까지 절감시킨 점을 강조했다”며 “중국 장관이나 총리 등은 과학적 노력에 입각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 폐쇄와 자동차 폐기 조치 등 중국이 강도 높은 저감 노력을 하는 걸 실감했다”며 “(미세먼지 저감) 수치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베이징을 방문한 사흘 내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세먼지 저감 목표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임기 내 30%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굳은 마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하는 일에 협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내 출범 예정인 미세먼지 범국가기구는 사회 각 분야의 목소리를 반영해 미세먼지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다. 정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위원들로 구성된 본회의와 미세먼지 저감, 피해예방, 과학기술, 국제협력 등 분야별 회의체를 별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정책참여단(약 500명)을 만들어 사회적 논의의 틀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관련)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한·중·일 간에도 그동안 많은 협의가 오가고 합의한 사항이 있다”며 “동북아 전체와 관련된 문제도 있어 양자 간, 지역 간, 다자간 협력체계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