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가전에 이어 대형 가전에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고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1~2인 가구가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제품을 찾으며 생긴 변화다. 유통업계는 30만원대 초고화질(UHD) TV 등을 선보이며 관련 수요 잡기에 분주하다.
이마트는 50형 UHD TV ‘일렉트로맨 스마트 UHD TV’(사진)를 39만9000원에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같은 크기의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맨 스마트 UHD TV는) 고화질 4K UHD(3840×2160)의 해상도와 최적의 명암비를 표현하는 ‘HDR10’을 지원하며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 등을 탑재했다”고 덧붙였다.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은 소형 가전에 비해 생산 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또 기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 역시 높아 자체 브랜드 제품(PB)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고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기술력 향상으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자 소비자가 이에 반응한 것이다. 실제 이마트가 2017년 9월 선보인 32형 ‘노브랜드 TV’의 경우 3주 만에 5000대가 모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나 식품처럼 가전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대형 가전 시장에 불고 있는 가성비 바람이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가 PB 상품군 확대와 고급화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1~2인 가구 역시 매년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말 1인 가구는 561만8677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를 차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