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작년 ‘순이익 쇼크’… 반도체 부진에 6.7% 줄어

입력 2019-04-03 19:24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들이 ‘당기순이익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마저 감소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들 실적도 부진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급감한 반도체 실적, 교역 조건 악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도체 착시효과’가 사라지면서 속살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 미·중 무역전쟁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3일 코스피 상장사 540곳의 지난해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이 1894조6674억원으로 전년보다 4.7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157조6863억원으로 0.32%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긴 했지만, 영업이익 증가세가 매출 증가 폭에 미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은 악화됐다. 여기에다 순이익(107조9573억원)은 6.72% 줄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빼면 실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시장 매출액의 12.87%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98조원, 63조원으로 각각 4.57%, 13.51% 감소했다.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실적을 따져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상승 가도를 달렸던 삼성전자의 실적을 뺀 나머지 상장사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뜻이다.

코스닥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상장사 911곳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각각 11.58%, 8.66% 줄었다. 코스닥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업종 344곳의 경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늘었다. 반면 비IT업종 567곳의 순이익은 22.52%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우산’이 사라진 결과라고 평가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말부터 둔화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맞았다.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전쟁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만을 이유로 꼽을 수 없지만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꽤 컸다고 본다”며 “교역 조건이 나빠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비용은 오르고, 물건 가격은 하락한 것도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도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반도체 실적의 경우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됐지만 최근 들어 하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진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 기업의 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이 나오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