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부상으로 임시 1선발로 나서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판정승을 거둔데 이어 이번에는 ‘매드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마저 무너뜨렸다. 상대 에이스에 잇따라 승리함에 따라 커쇼가 복귀해도 류현진의 팀 내 입지는 확고할 전망이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고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저스가 막판 샌프란시스코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6대 5로 이겨 류현진은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반면 범가너는 6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그야말로 영리한 투구를 했다. 경기 중 컷패스트볼 제구가 말을 듣지 않자 체인지업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등 투구 전략을 수시로 바꿨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중을 높이는 등 맞춰 잡는 피칭을 하며 7이닝 동안 87구만 던지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이에 따라 볼넷도 없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개막 후 2경기에서 13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최근 홈경기에서 47이닝 동안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유일한 옥에 티는 6회초였다. 1사 1루 상황에서 투수 범가너에게 던진 밋밋한 커터가 통타당해 투런 홈런을 맞았다. 범가너는 이날 포함, 18개의 홈런을 치며 현역 투수 중 단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거포다. 류현진도 “범가너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쳤다. 우리 팀 선발투수들 모두 범가너를 투수가 아닌 타자라고 생각하고 분석한다”며 그의 장타력을 인정했다. 류현진은 이후 2안타를 연달아 맞으며 흔들렸지만 후속 타자들을 각각 삼진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초도 실점 없이 마쳤다.
류현진은 공격에서도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3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번트 지시가 떨어졌지만 범가너의 공을 잘 골라내 볼넷을 얻어냈다. 투수에게 볼넷을 주고 흔들린 범가너는 이후 이어진 만루 상황에서 코디 벨린저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류현진은 경기 뒤 “요즘 몸 상태가 좋아져 모든 구종이 잘 들어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은데 대해 “피홈런은 경기의 일부분이지만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여러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치명적인 투수”라며 “경기를 지배했다”고 극찬했다.
CBS 스포츠는 “류현진이 시즌 첫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3,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77, 13개의 삼진으로 2승을 거두며 올 시즌을 날카롭게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호투했지만 불안한 불펜은 시즌 초 다저스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마무리 켄리 얀센 등 다저스 불펜은 4점을 앞선 채 9회초를 맞았지만 3실점하며 류현진의 승리를 날릴 뻔했다. 다행히 파블로 산도발이 병살타를 쳐 신승했다. 다저스는 3년 2500만 달러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계투 필승조 조 켈리가 최근 3이닝 6실점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등 불펜의 방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로 예정돼 있다. 상대 선발투수는 통산 148승의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가 유력하다.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도 모처럼 장타력을 뽐냈다. 추신수는 이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렌더를 상대로 1회말 2루타를 치는 등 5타수 2안타로 시즌 첫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팀도 6대 4로 승리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