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80%가 실패했다고 하지만 신생 기업도 그만큼은 실패합니다. 이는 블록체인 업계가 성장하며 겪는 ‘성장통’에 불과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25)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과 미래경제 좌담회’에 나와 “블록체인은 이미 시작됐고, 실질적 가치가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에 이더리움을 설계한 그는 “암호화폐는 사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빈곤에 시달리거나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이들이 많다는 점이 바로 블록체인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부테린은 부모를 따라 6세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어릴 때부터 수학, 프로그래밍, 경제학에 재능을 보였고 게임을 만들기 위해 코딩을 독학하기도 했다.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부테린은 독특한 옷차림과 외모, 뛰어난 두뇌 때문에 ‘외계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암호화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통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실체 없는 사기라는 공격을 받는 논란의 대상이다. 거래소 해킹 등의 사건이 이어지지만 여전히 투자 대상으로도 큰 관심을 끈다. 이런 암호화폐의 권위자가 한국을 방문하자 좌담회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100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패널과 시민들은 부테린을 상대로 암호화폐가 제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 블록체인의 향후 진화 모습 등을 질문했다. 부테린은 그간 벌어졌던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를 ‘성장통’으로 규정하며 “점차 정착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공개되는 프로젝트들은 과거에 비해 기술적 기반이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블록체인이 무엇보다도 금융권 거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개인정보 관리, 신원확인이 돼 누구나 은행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국가 간 거래에 며칠씩 시간이 소요되고 국제 금융투자가 어렵지만, 앞으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당사자들끼리 간편하게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블록체인이 대체할 기존 시장으로는 보험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검증이 쉬운 보험 상품부터 ‘스마트 계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테린은 “블록체인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것인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스마트 계약과 관련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