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의 대법원 재판(상고심) 주심을 김상환 대법관이 맡게 됐다. 애초 주심은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판시한 권순일 대법관이었다. 권 대법관은 안 전 지사와 지인이라는 이유로 앞서 재배당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안 전 지사 사건을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에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로 재배당했다고 3일 밝혔다. 권 대법관은 안 전 지사와 같은 충남 논산 출신이자 2006~2007년 대전지법과 대전고법에서 근무하며 충남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다. 대법원은 안 전 지사와 아는 사이라 재판을 맡기 적절치 않다는 권 대법관의 요청을 받고 예규에 따라 지난 1일 재판부를 재배당했다.
새롭게 주심을 맡게 된 김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김 대법관도 성범죄와 관련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관은 지난달 31일 자식이 이혼한 뒤 돌보던 손녀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70대 할아버지 사건의 주심을 맡아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손녀가 피해사실을 호소하는데도 방관한 할머니에 대해서도 징역 8개월 실형을 확정했다.
그는 지난해 대법관 후보 당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한국사회) 성차별 구조가 강화됐다는 비판을 이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성의 사회적 입장과 감정, 처지를 진지하게 역지사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피해자화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태도와 관련해선 “피해자 진술 외에 물증을 찾기 힘든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경청하고 2차 피해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권 대법관이 지난해 4월 주심을 맡은 교수의 제자 성희롱 사건 판결에서 처음으로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피해자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제시한 기준과 같은 취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