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중국인 여성이 악성코드가 담긴 스마트폰과 USB 등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던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 침입했다가 체포됐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철 휴식은 물론 정상회담 등 주요 공무를 위해 자주 찾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번 사건이 안보 이슈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장유징’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러라고 리조트에 불법 침입했다가 미 비밀경호국(SS)에 체포됐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장유징은 리조트 내 수영장에 가려 한다며 경호실 직원에게 자신의 사진이 담긴 중국 여권 2개를 제출했다. 경호실 직원은 마침 클럽에 장(Zhang)이라는 이름의 회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족으로 짐작해 들여보냈다.
하지만 마러라고에 들어선 장유징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유엔 중국계 미국인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러 왔다며 직원에게 중국어로 쓴 초청장까지 보여줬다. 그의 말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의심한 직원들은 비밀경호국에 신고했다.
결국 비밀경호국은 사유지 무단침입, 허위진술 등 혐의로 장유징을 체포했다. 수사 결과 그는 중국 여권 2개 외에도 휴대전화 4대, 노트북 컴퓨터, 외장하드 드라이브 장치, 악성코드가 담긴 USB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파이 행위를 하려 했다고 의심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입 사건 당시 인근 골프장에 있었다.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들과 손님이 수시로 찾아오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상기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장유징은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찰스라는 중국인 친구가 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을 만나 미·중 경제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시켰다”고 해명했다. 장유징이 언급한 중국인 친구가 중국계 미국인 신디 양의 행사 기획자 찰스 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애미헤럴드는 전했다. 양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미·중 관계를 논의하는 세미나가 30일 마러라고에서 열린다”고 광고했었다.
장유징과 양의 관계가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다니며 중국계 사업가와 공화당 사이를 연결해주는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인물이다. 미국 내에서는 양이 공화당 대상 로비 이외에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연방수사국(FBI)에 서한을 보내 “로비스트 신디 양과 연관된 최근 보도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우려”라며 조사를 촉구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계라고 해서 중국을 연루시키는 미국의 행위는 저속하다”며 “그가 만약 백인이라면 어떤 의혹도 받지 않았겠지만 중국 출신이기 때문에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다”고 맞받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