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보미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되면서 “정부 서비스조차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대 발생을 우려해 CCTV를 설치하려는 부모가 많지만 이런 집을 꺼리는 돌보미도 있다.
생후 14개월 영아를 학대한 혐의로 3일 경찰 조사를 받은 아이돌보미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돌보미로부터 부당한 일을 겪은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
한 맘카페에는 “돌보미가 아이를 때리고 아이에게 ‘너희 엄마 나 없으면 회사 못 다닌다’고 했다”며 “이를 센터에 알렸지만 아이가 돌보미를 좋아해 계속 오는 걸로 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이 글 작성자는 “결국 3개월 활동정지로 마무리했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돌보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에 CCTV를 설치하면 이 사실을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알려야 하는데 CCTV가 있는 집에 연계되는 걸 싫어하는 돌보미도 있다. 서울의 한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이돌보미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꺼리는 분이 있다”고 했다.
정부 아이돌보미 자격은 민간 베이비시터보다 엄격하다. 범죄 경력이 조회되고 아동학대 이력이 있으면 채용되기 어렵다.
돌보미가 되면 매년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세 차례 이상 교육받지 않으면 자격이 정지된다. 보수교육 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는데 여성가족부는 “반드시 강사 초빙 교육과정으로 편성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돌보미가 되긴 어렵지만 한번 자격을 얻으면 유지하기가 비교적 쉽다. 특히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을 때 활동을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아동에 대한 학대, 폭행, 치상, 유기 의심으로 신고되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에서 최장 6개월의 활동정지 결정을 내린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연계 재개를 원하면 센터 담당자와 면담하고 보수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자격이 정지되고 아예 자격이 취소될 수 있지만 이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날 서울 금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동학대로 자격정지를 받은 돌보미의 활동을 배제하고 돌보미 채용 시 인성검사를 도입하는 안을 논의했다.
한편 아동학대 사건의 피의자인 아이돌보미 김모(58·사진)씨는 이날 7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CCTV 영상이 남은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은 34건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박상은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