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가 후반 막바지에 달하면 성질 급한 관중들은 종종 “다 끝났다”며 하나둘 경기장을 뜬다. TV 앞에 있던 시청자들도 고개를 돌리곤 한다. 이러한 선택을 후회하게끔 하는 것이 바로 후반 막바지에 나오는 이른바 ‘극장 골’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는 5골 중 1골이 극장골이어서 관중과 시청자들이 마지막까지 기대를 놓지 않게 하는 묘미를 주고 있다.
2일 기준 K리그1에서 나온 전체 66골 가운데 14골(21%)이 종료를 10여분 앞둔 후반 35분 이후 터져 나왔다. 후반 25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23골(34%)로 늘어난다. ‘보너스’로 주어진 추가 시간에 나온 골만 5개다.
리그에서 극적인 골을 가장 많이 넣고 있는 팀은 경남 FC다. 경남은 2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세 골을 먼저 내주고도 막판 괴력을 발휘하며 무승부를 만들었다. 후반 35분 김승준이 상대 수비수 최보경의 가슴 트래핑 실수를 틈타 넣은 만회 골이 기점이었다. 5분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인 조던 머치가 골대 측면 사각지대에서 K리그 데뷔골을 쏘아 올렸고, 후반 추가 시간 2분 배기종이 동점 골까지 기록하며 패배를 피했다.
경남은 지난달 30일 열린 대구 FC와의 경기에서도 ‘극장 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1-1로 마무리될 듯하던 후반 추가 시간 2분에 배기종이 득점에 성공했다. 수비수 2명이 달려들고 골키퍼 조현우까지 뛰쳐나와 막으려 했지만 절묘하게 찬 공은 골문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경남의 뒷심은 유난히 도드라진다. 경남이 리그 개막 후 5경기에서 넣은 9골은 모두 후반전에 터졌다.
K리그2(2부리그)에서 승격한 성남 FC는 ‘극장 골’에 웃고 울었다. 지난 수원 삼성과의 3라운드에서는 조성준이 후반 추가 시간 1-1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하며 팀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4라운드 강원 FC전에서는 후반 38분 김현성의 동점 골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려놓고도 5분 뒤 추가 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리드하던 팀은 후반부 추가 골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확실히 꺾고자 한다. 지난달 3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서던 수원은 후반 추가 시간 타가트의 멋진 원터치 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응우옌 콩 푸엉 등을 투입하며 전력으로 추격하던 인천은 맥없이 무너졌다. 상주 상무의 주장 김민우도 지난달 16일 인천을 상대로 후반 37분 쐐기 골을 넣으며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