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대표 집결, 군·경 애도… 확 달라진 제주4·3 추념식

입력 2019-04-03 19:13 수정 2019-04-03 21:11
제71주년 4·3 추념식이 열린 제주4·3평화공원에서 3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홍성규 민중당 공동대표. 뉴시스

군과 경찰이 3일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애도를 표명했다. 군 당국은 71년 만에 깊은 유감을 표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으며, 경찰 총수는 민간 주도로 열린 4·3 사건 추념식에 처음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는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4·3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 나온 군 당국의 공식 입장 표명이다. 이 입장문은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발표하지 않았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이 검은색 넥타이에 양복 차림으로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찾아와 입장문을 낭독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4·3 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이어 “경찰도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민갑룡(왼쪽) 경찰청장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광화문광장의 희생자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서울청사에는 4·3의 봄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광화문 추모공간에는 동백꽃이 제주도 위로 투사되는 형상의 추모 조형물이 조성됐다. 행사를 준비한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71년간 추운 겨울 속에 묻혀 있던 4·3에 봄이 오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해 ‘4370+1 봄이 왐수다(온다)’를 이번 행사의 표어로 정했다.

오는 6일 광화문광장에서 국민문화제도 열린다.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전시·체험공간이 마련되고 대학생, 합창단의 노래·창작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제주4·3특별법 개정 등 아직 남아 있는 난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소망을 이번 행사에 담았다”고 전했다.

4·3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많았던 비극으로 기록돼 있다. 정부의 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47년 제주읍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당시 경찰이 시위 군중에게 발포해 6명을 사망하게 한 것에서 촉발됐다. 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후 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군·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됐다. 사망, 실종 등 희생자는 2만5000~3만명으로 추정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된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경택 최예슬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