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급 경제학자 없는 청와대… 원로들 고견 자주 들어야

입력 2019-04-04 04:05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8명이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 대·중견기업 간담회,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의 연장선이라고 하지만 그와는 격이 다르다. 이들 원로들은 이전 정부에서 경제·금융 등 거시경제 정책 전반을 운용해 봤거나 학계에서 큰 업적을 쌓은 분들이다.

일부에서는 원로들의 보수·진보 등 정치적 성향을 따지지만, 의미가 없다. 현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관한 한 이들의 시각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발언과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원로 대부분이 실물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며, 그 상당 부분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 담았던 박승 전 총재도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진보 정권이 집권했을 때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처럼 비치게 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정운찬 전 총리 등 참석자들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야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의 보완을 건의했다.

경제 정책의 난맥은 ‘위험할’ 정도로 나빠지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7,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1만명 아래로 급락했을 때가 문 대통령이 정책 전환을 선언할 적기였다. 그런데도 “속도 조절” 운운하며 정책 전환을 미룬 결과가 생산과 투자, 수출 등 총체적 경제 동력의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의 불안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금융불안까지 심화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청와대의 최대 문제 중 하나가 거시경제에 해박한 1급 경제학자의 부재라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 대통령은 정책 경험이 풍부하고 시장을 보는 혜안을 가진 원로들을 앞으로 사적으로도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